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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㉝ 뜸부기

입력 : 2017-05-10 15:51:00
수정 : 0000-00-00 00:00:00

 
㉝ 뜸부기

▲ “뜸-뜸-“ 소리를 내고 있는 뜸부기

 

뜸부기의 ‘성적 이형성’

이제 조금 있으면 모내기가 시작된다. 논에 심어진 모가 자라면 어김없이 뜸부기들도 찾아온다. 뜸부기는 천연기념물 제 446호로 지정하여 보호받고 있는 새로 암컷과 수컷의 생김새가 매우 다르다. 이런 새들을 성적 이형성이 있다고 하는데, 수컷은 약 43cm로 몸 전체가 검정색이지만 암컷은 약 36cm로 작고, 깃털도 밝은 갈색이다. 또 수컷은 부리 위에서 머리 꼭대기까지 뿔처럼 생긴 붉은색 돌기의 이마판(frontal shield)을 갖고 있지만 암컷은 이마판이 없다. 재미있는 점은 이마판의 크기와 모양, 색은 테스토스테론 호르몬과 관련되고, 먹이를 먹거나, 이동을 할 때 또는 빽빽한 초목에서 얼굴을 보호하며, 구애행동 및 영역의 방어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뜸부기야, 너의 다리가 보여

보통 새들은 형태를 보고 종을 구별하지만 소리로 구별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뜸부기가 그렇다. 왜냐하면 뜸부기는 조용하고 비밀이 많은 새라서 눈으로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내 경험상으로 뜸부기는 새벽, 해질녘 그리고 흐린 날에 모습을 잘 드러냈다. 우리 동네에도 매년 뜸부기가 나타나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새끼들의 모습을 본 적은 없다. 정말 비밀이 많은 새다.

오늘은 내가 뜸부기를 만났던 에피소드 중에서 베스트를 소개하려고 한다. 뜸부기를 찾아서 논을 헤맨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더 재미있을 지도 모르겠다. 교하 이마트 앞 논은 내가 좋아하는 탐조 장소 중 하나다. 금눈쇠올빼미, 황오리, 물총새 등 다양한 새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며, 논과 공릉천이 흐르고 있어서 꽤 여러 종류의 새들을 만날 수 있다.

2007년 7월, 나는 그 곳에서 뜸부기 한 마리를 만났다. 외삼촌도 새를 좋아하셔서 가끔 함께 탐조를 가는데, 그 날도 외삼촌과 함께 뜸부기를 만나러 가는 중이었다. 운이 좋게도 도착하자 마자 “뜸-뜸-”하는 뜸부기 소리가 들려왔다. 차를 타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가자 뜸부기가 논 둑에 나와서 울고 있었다. 붉은색 이마판을 가지고 있는 수컷이었다! 그런데 저 멀리 논 둑에서 흰색 진돗개 한 마리가 뜸부기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뜸부기는 날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우리 차량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는게 아닌가! 오히려 다가오는 진돗개를 피하려는 듯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를 인지하지 못했을까?

뜸부기는 진돗개와 우리 차 사이에 끼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것이다. 뜸부기와 점점 더 가까워졌다. 5m정도 거리였을까? 외삼촌과 나는 너무 놀라고 흥분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워낙 귀한 새이기도 하고 그렇게 가까이에서 만나기가 두 번 다시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뜸부기가 카메라 화면에 꽉 차서 세로로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뜸부기 다리를 본 적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매일 벼 사이에 숨어 있거나 논 둑에 있어도 풀들에 가려서 다리를 볼 수 없었다. 뜸부기 다리가 그렇게 길고 날씬했다니. 처음 알았다. 그 이후에도 뜸부기를 여러 번 만났지만 그런 모습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때를 추억하면서 2007년 7월에 촬영한 뜸부기 사진을 잘 써먹는다.


▲다리가긴뜸부기

 

뜸부기를 찾아서

뜸부기가 비행하는 모습은 정말 이상하고 신기하다. 긴 다리를 뒤로 쭉 뻗고, 몸은 통통한데 날개는 작아 보이고. 무언가 불편해 보이지만 그 모습을 하고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서 우리나라에 도착한 것이다.

최근 우리 동네는 논을 메워 밭을 만들고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시골에서도 수입원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논이 사라지고, 도로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나는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 동네는 아직까지 숲과 논이 있어서 여름이 되면 되지빠귀, 소쩍새, 뜸부기와 같은 새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개발에 취약한 곳이라 이 새들을 영영 못 볼 날이 올 것만 같아서 두렵고 걱정되기도 한다. 올해도 논이 상당수가 메워져서 다시는 뜸부기가 찾아 오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요즘은 자연 환경을 있는 그대로 두는 곳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개발은 하되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보존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걸까? 뜸부기가 찾아오는 논이 유지되면 얼마나 좋을까? 뜸부기도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어렸을 때 죽어가는 독수리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앞으로도 새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더 생각하고 더 많이 보호해주고 싶다.

올해도 우리동네에서 뜸부기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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